어느 날 소리가 사라졌다.
나의 왼쪽 귀는 소리가 잘 안 들린다.
2년 전인가부터 몸이 피곤하면 이명이 들리기에 그때마다 집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갔다.
그런데 거기서는 스트레스성일 가능성이 있으니 신경안정제를 처방해 주겠다고 했다. 그런 줄 알았다.
그리고 신경안정제를 먹으면 이명이 덜 들리기도 했다.
그런데 2주 전, 갑자기 귀의 모든 소리가 5분 정도 사라졌다.
상태가 좋지 못했던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5분이 지나니 차츰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5분정도 사라진 이후 소리가 많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마음이 급해서 집 앞에 있는 이비인후과를 갔다.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공포심이 들었다.
청력검사를 하고 귀의 압력을 테스트하는 기계로도 테스트를 했다.
뭔가 이상했다. 모르는 내가 봐도 기계의 화면에서 보이는 체크 표시가 안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여기는 원장선생님도 이상했다.
나에게는 전혀 설명해주지 않고 똑같이 전과 같은 신경안정제와 혈액개선순환제를 처방해주셨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진료 차트에 '난청'이라는 두 글자를 쓰셨다.
그때 마음이 쿵하고 어딘가로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여기 이렇게 느긋하게 앉아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지도어플에 귀 전문 병원을 치니 서울에 있는 병원이 나왔다. (지금 다니고 있음) 시간이 한시라도 급했지만 그때는 그걸 몰랐고 주말이 지나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바로 병원에 갔다.
내 귀는 '표'와 '효'를 구분하지 못한다
위의 이야기를 말씀드렸더니 청력검사가 필요하겠다고 하시면서 청력검사를 받았다.
청력검사실에는 조그마한 방이 있다. 그곳에 들어가 헤드셋처럼 생긴 것을 쓴다.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면서 다양한 높낮이의 삐~! 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러 번 하다 보니 왼쪽이 확실하게 안 들린다.
단어나 말 부분에서 확실히 달랐다.
표, 효를 구분하지 못했고 전답을 정당으로 듣는다던가 하는 부분에서 말이다. (물론 전답인지 정당인지는 알 수 없음)
그리고 오른쪽 귀에 바람소리가 나는 순간부터는 왼쪽 귀는 바보 멍청이가 된 것 같았다.
귀를 바보 멍청이로 만들어버린 나 자신이 한심했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 같아요.
검사결과를 보신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그리고 오른쪽귀도 평균이하라고 하시면서 둘 다 안 좋은데 왼쪽 귀가 특히 안 좋다고 하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 제대로 된 치료를 해 본 적이 없으니 희망을 갖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기분이 좋았다.
결과를 모르는 사람이 봐도 저렇게 처참한데 희망적으로 이야기해 주시니 용기가 생겼다.
지방에 사는 나로서는 서울까지 자주 올라오기 힘들다 말씀드렸더니 진료 의뢰서를 써주셨다.
원래는 우리 동네의 대학 병원으로 추천해 주셨는데 의사 파업 때문에 예약하기가 무척 곤란하다. 그렇기에 그냥 선생님께 믿고 가기로 하고 동네 이비인후과 중에서 귀주사가 가능한 병원이 있으면 거기서 하루나 이틀 걸쳐 주사를 계속 맞으라고 하셨다.
어쨌든, 귀에 주사를 놓는다고 한다.
이 귀주사의 정확한의 이름은 고실 내 스테로이드 주입술.
고막에 작은 구멍을 내서 스테로이드를 주입한다고 한다.
나의 경우는 고막에서는 문제가 없었기에 달팽이관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모양이다.
마취제를 귓속에 넣고 10분, 귀 안쪽과 고막 어딘가가 뽁 하고 구멍이 생긴다. 그리고 약물이 주입되는 느낌이 든다.
세상이 뱅글뱅글 돈다.
침이나 코를 삼키거나 말을 하면 효과가 없어서 입을 가만히 다물고 25분 정도 있어야 한단다.
점점 빙글거리는 세상이 돌아온다.
어쩐지 귀가 먹먹하게 더 잠긴 것 같다.
한 3~5시간 정도는 물속에 귀를 담근 것 같다.
그리고 조금 어지럽고 하이텐션인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걸로 나아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약이 참 많다.
2주 치 약을 주셨는데 약이 정말로 정말로 많다.
약 부자가 되는 기분이다.
술 금지 담배 금지.
건강하게 살아야 하는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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