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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리의 쓸모찾기

부모님 돌아가시고 나서 할 일

1. 사망선고

가족이 올 때까지 기다려주세요.
순천만 정원 예쁘다

아빠에게 산소호흡기를 달아주셨던 그 선생님은 자기가 바쁘니 사망선고 지금 해도 되겠냐?라고 하면서 병실 문을 열었다.
내 멘탈은 이미 없었고 정신이 아예 없었다. 그래서 언니한테 전화했다. 
"언니 선생님이 바쁘대 아빠가 돌아가셨대 사망선고 지금 한대 빨리 와"라고 얘기하고 언니한테 바로 혼났다.
"야 뭐라는 거야 뻥치지 마 정신 차려" 하더니 다시금 아빠가 사라짐을 듣고 무슨 그런 의사가 있냐며, 언니가 서울에서 멀리에서 오니 그때까지 사망선고 연장해 달라고 하라고 했다. 
담당 선생님은 퇴근했고 나중에 당직 서시는 선생님이 해주셨다. 
그런데 시간은 달랐기 때문에 그 시간도 (나 혼자만) 기억하기로 했다. 아빠가 있다가 없어진 순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하는 사망선고는 가족이 올 때까지 연장되니 요청하면 된다.
 

2. 가족들에게 전화하기

부모님의 가족들에게 먼저 하기

단양강잔도

시점에서 무슨 정신이 있었겠냐만은 한 30분 정도는 울었던 것 같다. 아빠가 소리를 듣는다는 얘기에 차마 크게 울지도 못했다. 감정이 고장 난 듯... 그러다가 그냥 본능적으로 아빠 휴대폰에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말이라도 듣고 싶었던 건지는 모르겠지만 다들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아빠 휴대폰에 발신 찍힌 순으로 전화 걸었기 때문에 아빠 친구분들께도 실례해 버렸다. 
물론 그 와중에 걸었던 전화에는 "아 지금부터 제가 바쁘기 때문에 다시는 전화 걸지 마세요"라고 하는 대단한 정신머리의 아저씨(심지어 의사!)도 있었다.(나중에 나중에 나중에 이 아저씨는 전화로 자기가 찌질하다고 고백했다)
어쨌든 전화는 부모님의 가족들에게 먼저 전화해야 한다. 
큰아빠께 먼저 했어야 하는데 마지막 통화 기록이 고모였기도 했고 고모한테는 전화가 온 경우지만 나중에 혼났다.
이모한테도 전화를 걸었는데(이모는 전화가 옴) 오빠들도 다 와서 아빠한테 인사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엄마한테는 사실상 가장 마지막에 전화했던 것 같다.
엄마가 얼마나 상실감이 클지를 너무 잘 알아서 인 것 같긴 한데 결과적으로 엄마에게 아빠 얘기는 금기어가 되었다.
(엄마는 너무 놀라 머리를 부딪히시기까지 했다)
 

3. 병원 관계자분들에게 감사인사 전하기

감사합니다.

우리동네

2번을 하고 있다가 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뭘 해야 하는지 물어봐라였다. 그래서 눈물을 똑 그치고 아빠가 잠깐 계셨던 입원실(원래 4인실)에 아빠 짐을 다 가지고 왔다. 
그러고 나서 간호사선생님께 (코드블루 외쳐주시고 계속 말 걸으라고 해주셨던 선생님) 혹시 실례지만 이다음에 제가 뭘 하면 될까요? 하고 여쭤봤다. 
멘털이 터진 상태라 내가 우는지 안 우는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그거 하나만큼 기억난다.
이분이 진짜 고맙게도 대신 울어주시는 것이었다. (인류애 고마워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래서 감사하다고 계속 인사드렸다. 
눈이 진짜 빨갛게 되셔서 울어주시는데 그 마음이 무척 감사했다.
 
그리고 산소호흡기 풀로 채워서 해주신 의사 선생님에게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사망선고 하고 나서 사망증명서 주시겠다고 하시면서 아버님 정도는 호상이라고... 나름의 위로를 전해주시기도 했다.
 

4. 장례식장 정하기

보은 자전거길

3번에서 아주 고마우신 간호사 선생님은 이것저것 하라고 말씀해 주셨는데 그중 하나가 장례식장이다.
보통 병원에서는 제휴 장례식장이 있다. 
아주 간소화를 하면 식사 못하고 인사만 하고 갈 수 있는 것도 있었고 인사를 안 하고 기다렸다가 갈 수 있는 것도 있었다.
우리 집 사정은 좋지 못해서 언니에게 물어보니 돈 걱정하지 말고 언니한테 일임하라고 했다.(멋져) 그래도 일부는 내가 알아야 했고 식사자리랑 작은 가족방, 인사 나누는 곳이 있는 방으로 정했다.
그러고 나서 장례식장 코디네이터 같은 느낌으로 전화가 오더니 장의사분이 오셨다. 
장례를 함께 해주시겠다고 하셨고 아직 사망선고가 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사망선고가 내려지면 그때 아빠를 모시고 가겠다고 했다.
 

5. 부모님과 인사하기 

안녕, 잘 가요 아빠

대청호 로하스 공원

나는 솔직히 아빠가 점점 차가워지는 것에 대해 너무 무서웠다.
아빠는 몇 분 전까지만 해도 나랑 대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잠든 것 같았다. 곧장 일어나 집에 가실 것 같았다.
믿고 싶지 않았고 믿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 아빠랑 더 인사를 못했다.
그냥 아빠 옆에서 질질 짜는 꼬맹이 하나 되어버린 것이다.
아빠가 차가워지더라도 아빠는 아빠인데 그걸 모르고 그냥 울기만 하다가 끝났다.
아빠는 다 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너무 속상하다 ㅠㅠ
 
꼭 부모님과 충분히 인사하길 바란다. 시간은 너무 짧고 유한하니까....
 

 

6. 사망증명서 받기 

딱 12장이면 충분하다

청석굴

사망 증명서는 넉넉하게 10장 정도 받으라고 하셨는데 15장 정도 받으면 아주 남는다.
가끔 한두 장씩 필요할 때가 있고 10장은 사망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할 때 필요하다.

7. 부모님 통장 정리하기

사망신고 전에  하는 것이 간단하다.



이런, 슬픔에 젖을 때가 아니었다. 떼야할 서류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것은 통장이다.
솔직히 사망 신고 전에 통장정리 하는 것이 낫다.
신고하고 나서는 은행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가족들의 동의, (부재 시) 업무 위임장, 인감도장(혹은 본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폐쇄), 사망진단서 등의 각종 서류들이 필요하다.
다행히도 아빠의 폰에는 계좌를 모아 사용할 수 있는 어플이 깔려있었고(아빠폰엔 토스가 있었다) 엄마의 동의를 받아 아빠 통장을 0원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이후 월급이 들어와서 서류를 준비했다...)

벚꽃

8. 사망신고하기

 사망진단서 10장, 부모님의 신분증 준비하기

 
 이쯤 되면 장례식장 정산도 끝나고 시간이 좀 지났을 것이다. 한 달 내로 신고하면 되고 한 달 동안 정신은 없는데 할 일이 많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부모님의 신분증과 사망진단서 10장을 가지고 구청에 방문하여 사망신고서(민원실에 있음)와 함께 제출하면 부모님의 가족관계증명서가 폐쇄로 바뀌게 된다.
아빠가 이제 없는 사람이 된 것이다.
(사망)이라는 표시가 너무 슬프다.
계속 가족관계증명서 뽑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시리다.

그 외 할 일

미동산수목원

- 가족들 멘탈(본인 포함) 챙기기
특히 엄마께서 너무 힘들어하셨다. 당연하다.
각종 증명서 떼러 갈 때마다 아이처럼 엉엉하고 우시는데 마음이 찢어진다.
- 너무 슬퍼하지 말기 (병난다)
진짜 병났다. 우황청*원 다섯 병쯤 마신 듯...
- 밖으로 나가서 햇빛 마사지 (우울증 방지)
친구들이 밖으로 끌어나가 줘서 너무 고맙다. 햇빛 마사지 필수다!
- 기억하려고 노력하기
아직도 여전히 코드 블루에 시간이 멈춰있다. 임종을 지킨 것까지는 정말 좋은데 49제 전 기억이 없다.
기억을 되살려보자...
너무 힘들면 뇌가 기억을 지운다더니 딱 그렇게 되었음.
집에 물건 정리 했는데 그 기억도 삭제되어서 지금 매우 곤란하다. 어디 갔을까?